보고의 꿀팁

보고의 원칙 3, 두괄식 표현의 원칙

스마트라이프 플래너 2020. 10. 9. 01:46

'두괄식 표현의 원칙' 이란 사안의 '핵심 파악' 원칙이다. 그 핵심을 어디에 놓느냐는 사실 이차적인 문제다. 사안의 핵심을 보고의 맨 앞에 놓으면 두괄식 표현이고, 끝에 위치시킨다면 미괄식 표현일 뿐이다. 앞에도 놓고, 또 끝에도 놓는다면 양괄식이다.

 

"선생님 ~ 제가요~ 어제 야간자율학습 끝나고 집에 가는데요. 비가 왔잖아요. 그래서 비를 흠뻑 맞었어요. 몸이 으슬으슬했는데, 그래도 집에 가서 밤 늦게까지 공부했지 뭐에요. 왜냐고요? 선생님 과목은 꼭 복습하고 싶었거든요. 우리 학교에서 선생님이 최고에요. 웃지 마세요 선생님~ 진심이거든요. 그런데요. 어제 좀 무리를 했는지 몸이 많이 아파요. 선생님 어떻게 안될까요? 저 조퇴 좀 시켜주세요"

 

위 학생은 핵심을 끝에 놓았다. 이런 미괄식 보고가 훨씬 효과적인 경우도 있다. 위 여학생의 사례가 그렇다. 마찬가지다. 물론 직장에서도 논리를 차근차근 전개해서 결론을 맺는 미괄식 보고가 효과적일 때도 있다.  즉, 핵심과 결론을 말하는 두괄식 보고가 언제 어디에서나 만사형통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에서는 두괄식 표현의 보고를 '원칙' 으로 삼을 것을 강력히 권유한다. 그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자. 원칙의 예외도 논의해보자.

 

 

왜 두괄식이 원칙인가

핵심 또는 결론을 먼저 말하라. 이것이 보고의 세번째 원칙이다. 말하려는 핵심, 즉 결론을 앞에 놓고, 그 다음에 그 결론을 내리게 된 이유와 근거를 서론, 본론에서 풀어나가라는 의미다. 이것이 바로 '머리' 꼭대기에 '묶었다'는 뜻인 두괄식 표현이다.

 

 

왜 결론부터 먼저 말하라는 것일까? 사장실에 보고하러 들어갔는데, 만약 사장이 위 사례의 교무실 선생님처럼 만면에 미소를 띠면서 맞이해주고, 농담도 먼저 건네고, 시간이 충분한 듯 느긋한 자세를 보인다면, 보고를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즉, 굳이 결론부터 먼저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궁금증을 잔뜩 끌어당기면서 미괄식으로 보고해도 된다. 두뇌싸움이 흥미로울 수도 있다.

 

그런데 여러분에게 물어보자. 여러분의 사장이 그런 느긋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를 보았는가? 사실 별로 보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그런 경우를 보았다면, 그것은 사장과 여러분 사이에 대단한 신뢰관계가 이미 만들어져 있을 때다. 더 나아가 동료애까지로 발전된 관계다. 참으로 드문 경우다.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사장은 항상 바쁘다. 몹시 바쁘다. 몸은 움직이지 않더라도 머리 속은 무척 바쁘다. 골치 아픈 여러가지 일을 한꺼번에 생각한다. 그러니 여러분의 상사를 좀 배려해서 편하게 해주자. 아래의 예를 보자

 

한마디로 요점이 뭐야

그는 끙끙 거리며 내일 회장에게 보고할 내용을 검토하는 중이었다. 전략기획팀의 강 팀장이 사장실에 들어왔다. 그는 보고서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 사람 왜 왔지? 내가 바쁜 것 모르나? 엄청 중요한 일인가?)

"사장님, 경영전략 컨설팅 업체 있지 않습니까? 우리 회사 일을 지금하고 있는 용역사 말씀입니다. 일이 좀 잘 안되는 모양입니다"

그는 강 팀장을 말 없이 올려다봤다. (이 사람, 자기가 담당자면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뭐가 안된다는 거야? 무슨 골치 아픈 이야기를 하려는 거지?)

 

"무슨 일이 안되나?"

"예, 우선 우리와 계약이 늦어지는 바람에 컨설턴트 투입이 좀 힘든 거 같고요...."

"계약?"

그가 말을 막았다. (그렇지, 계약 문제였지! 뭔가 중요한 것을 잊어버렸다 했는데, 계약 리스크였어. 그렇지)

그는 갑자기 전화를 집어들어 박 전무와 통화했다.

 

"아 박 전무, 내가 퍼뜩 생각이 났는데, 계약 말이야. 내일 회장 보고서 중에서 제휴업체 간에 맺는 계약의 잠재 리스크를 다시 좀 따져봐. 잠시 후에 내 사무실로 와요"

 

그가 다시 강 팀장을 쳐다봤다.

"계약이 뭐가 잘못됐다고?"

"아니, 잘못된 건 아니고요, 좀 늦어졌을 뿐 입니다"

(이건 도대체 무슨 말이야?)

"문제가 있다는 말이에요?, 아니면 문제가 없다는 말이에요?"

"예, 지금까지는 없습니다"

"그럼 앞으로 발생할 문제가 있다는 거에요?"

"아, 아닙니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되어버렸다. 강 팀장 머리 속은 백지 상태가 되었다. 상황 수습을 해야 하는데, 두뇌의 작동이 정지해버렸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다.

(그러면 이 친구, 지금 나한테 뭘 말하려는 거야?) "그래서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고 그러는 건가요? 나한테 말하려는 요점이 한마디로 뭐에요?"

 

"아, 예, 그 용역사가...계약이 좀 늦어져서..아니, 계약문제라기보다는, 추진 일정계획이 좀 늦어져서...계획했던 용역착수회의를 한 사흘 늦추었으면 합니다. 그쪽에서 우리 답변을 기다리고 있어서요"

(아니, 지금 이 상황에 나한테 생각하고 판단하라는 건가?) "나에게 지금 판단해서 답변하라는 거에요?" (기막힌 일이로구먼!)...사흘 늦어져도 괜찮나요?

 

"예, 괜찮습니다"

"괜찮다면 그럼 그렇게 해요"

"알겠습니다"

 

강 팀장이 인사를 꾸벅하고 돌아섰다. "쯧쯧~" 혼자서 혀를 차던 그는 문을 열고 나가려는 강 팀장을 불러세웠다.

"예, 사장님" 강 팀장이 돌아섰다.

"보고는 말이에요...아냐. 아무것도 아니에요. 다음에 다시 와서 보고해요"

 

사실 그는 뭔가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냥 내보냈다. 회장 보고 준비가 더 급하기 때문이었다.

 

 

머리가 복잡했던 사장은 인내심을 발휘할 수 없었다. 생각없이 툭 던진 강팀장의 첫마디 보고가 문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우리회사 일을 하고 있는 용역사 말씀입니다. 일이 좀 잘 안되는 모양입니다" 처음 잘못 나온 이 보고 때문이었다. 사장은 뭔가 이미 발생한 문제를 보고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긴장하며 무슨 문제인지 계속 찾으려 한 것이다.

 

사장실을 나서며 강 팀장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내가 이렇게 바보였던가. 한심하다....결론부터 이야기할걸...중요하지도 않은 것을 공연히 보고해서...) 강 팀장의 실수였다. 강 팀장은 간단한 내용이니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혀 생각해보지 않고 사장실로 불쑥 들어와 보고한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시간의 적절성 여부다. 사장은 지금 내일 회장에 대한 보고 때문에 잔뜩 예민해져 있다. 고객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전혀 생각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였다.

 

보고는 이렇게 하란 말이야

문을 열고 나가려던 강 팀장을 다시 불러서 사장이 말해주고 싶었던 내용은 사실 다음과 같았다.

"강 팀장, 다음부터는 세가지를 주의해요.

첫째, 두괄식으로 보고해요. '용역 착수 회의를 사흘 늦추었으면 합니다' 이것이 요점 아닌가? 강팀장이 요점을 나중에 이야기하니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내가 긴장하게 되고, 쓸데없이 피곤해지는 겁니다.

 

둘째, 건의를 하려면 확실하게 해요. '회의를 늦추어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늦추시지요' 라고 사장을 편하게 해주라는 말이에요. '사장님이 생각하고 판단하십시오' 라는 식으로, 사장의 가슴에 쇠로 만든 무거운 공을 던지지 말고.

 

셋째, 보고하기 전에 이것이 오늘 사장이 필히 알아야 하는 내용인지, 사장이 지금 꼭 결정해야  하는 사안인지 판단하고 사장실로 들어오는 게 좋겠지요. 강 팀장도 마찬가지겠지만, 상사의 시간 자원도 제한되어 있어요. 보고 전에 고객을 철저히 분석하라는 당부에요.

두괄식 표현! 즉, 핵심을 먼저 말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